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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제1독서 말씀] 임마누엘

제임스
2026-03-25 08:35 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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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 안이 유난히 조용하던 날,
해야 할 일은 많았지만 손이 잘 움직이지 않았고,
괜히 창밖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드는 날.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지금 나는 혼자 있는 것 같은데…”
그 순간,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한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신다.”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아하즈 임금에게 하느님께서 표징을 청하라고 하십니다.
저 깊은 곳에서든, 저 높은 곳에서든 무엇이든 청하여라.”
그러나 아하즈는 “저는 청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합니다.
겉으로 보면 겸손한 말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어쩌면 믿지 못하는 마음,
아니면 굳이 하느님께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숨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사야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몸소 표징을 주실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이 바로 그것입니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이다.”
곧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입니다.
이 말씀은 아주 특별한 기적을 말하는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의미는 오히려
매우 일상적이고 조용한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은 번개처럼 나타나시는 분이 아니라,
아기가 태어나는 것처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 삶 안으로 들어오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의 표징을 찾습니다.
무언가 분명한 증거, 확실한 변화,
눈에 보이는 기적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주시는 표징은 생각보다 작고,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힘들 때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사람,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조금 놓이는 순간,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하느님은 이미 함께 계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것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 멀리서, 너무 크게,
너무 특별하게만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하즈는 표징을 청하지 않았지만,
하느님은 그래도 표징을 주십니다.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우리가 찾지 않아도,
우리가 느끼지 못해도,
하느님은 이미 우리 곁에 와 계신다는 것.
그래서 신앙은 무엇을 더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는 것을 알아보는 눈이 열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날 저녁, 다시 방 안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습니다.
혼자 있는 것 같았던 그 자리에도
사실은 누군가 함께 계셨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말씀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합니다.
특별한 표징을 찾으려 애쓰지 말라고.
이미 너의 삶 속에 임마누엘,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계시다고.
그리고 오늘도 묻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그분의 함께하심을 알아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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