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제2 독서 말씀] 비움으로 채워지는 삶
본문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가.”
조금 더 인정받기 위해,
조금 더 높아 보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붙잡고 살아간다.
그런데 오늘 사도 바오로의 말씀은
그 모든 흐름과는 정반대의 길을 보여 준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그것을 붙잡으려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사람이 되셨고,
더 낮아지셨으며, 마침내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길이다.
높아질 수 있는 분이 낮아지셨고,
붙잡을 수 있는 분이 내려놓으셨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하느님의 길이 시작된다.
우리는 채워야 산다고 생각한다.
더 가져야 안전하고,
더 높아져야 의미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예수님의 삶은 말한다.
비워야 비로소 채워진다고.
비움은 단순히 포기가 아니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하게 붙잡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참된 중심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욕심을 비우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존심을 비우면 관계가 부드러워지며,
집착을 비우면 삶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예수님의 십자가는 패배가 아니라
가장 깊은 비움의 완성이며,
동시에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다.
바로 그 비움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다고.
이 말씀은 우리에게 중요한 진리를 전해 준다.
높아짐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결과가 아니라,
비움 속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열매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신앙인의 삶은 더 많이 쌓아 올리는 삶이 아니라,
조금씩 내려놓는 삶에 가깝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며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그리고 이렇게 기도해 본다.
“주님, 제가 붙잡고 있는 것들로
저를 채우려 하기보다 저를 비워 주십시오.
비워진 자리마다 주님의 뜻과 사랑으로 채워지게 하소서.”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