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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복음 말씀] 들으려는 마음이 먼저

제임스
2026-03-20 23:09 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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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늘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이는 고개를 젓는다. 
같은 사람을 두고도 누구는 존경을 말하고, 누구는 의심을 말한다.
예수님을 둘러싼 군중도 그랬다.
“저분은 참으로 그 예언자시다.”
“아니다, 저분은 메시아시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갈릴래아에서 메시아가 나올 리가 없다.”
같은 말씀을 듣고, 같은 사람을 바라보면서도
마음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을 가르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반대하던 이들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성경에는 메시아가 다윗의 고향 베들레헴에서 나온다고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문제는 무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잘 알고 있다는 데 있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미 옳다고 믿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알고 있는 틀 안에서 그분을 판단하려 할 뿐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성전 경비병들이 돌아와 이렇게 말한다.
“그분처럼 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학자도 아니었고, 권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들었다. 
마음을 열고 들었기 때문에 그 말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장면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많이 아는 사람들은 닫혀 있고,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열려 있다.
신앙은 어쩌면 여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많이 아는 데서가 아니라,
들으려는 마음에서.

그때 니코데모라는 사람이 조용히 입을 연다.
그는 확신에 찬 사람도 아니었고,
공개적으로 나서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
“먼저 그 사람의 말을 들어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의 말은 크지 않지만 깊다.
판단하기 전에 듣는 것,
결론을 내리기 전에 마음을 여는 것.
신앙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미 많은 기준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옳고 그름에 대한 나름의 판단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이 너무 단단해질 때,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 삶 안에서 말씀하고 계시지만,
그 음성은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만 들린다.
그래서 이 복음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듣고 있는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신앙은 모든 것을 이해한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순간에도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때,
우리는 비로소 같은 말씀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것을 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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