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복음 말씀] 아래를 향해 살아가는 삶에서 함께하는 삶으로
본문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사람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 적이 있다.
누군가는 휴대폰을 보며 급하게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 모두 같은 공간에 서 있었지만 그 안의 마음은 제각각
다른 곳을 향해 달리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정말 같은 방향으로 살고 있는 것일까.
요즘은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이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제보다 더 앞서야 하고, 남보다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우리를 밀어붙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런 삶 속에서 가끔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는데,
겉으로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속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도 그때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래를 향해 살아가는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것, 당장의 결과,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 속에서 방향을 잡고 살아가는 삶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아래에서 왔고 나는 위에서 왔다.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이 말씀은 우리를 꾸짖기 위한 말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땅 위에서 살아가지만,
그 마음까지 땅에만 묶여 살아야 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어떤 사람은 오직 결과만을 향해 살고,
어떤 사람은 그 하루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살아갑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경쟁 속에서만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그 안에서 사람을 바라보고 관계를 지켜냅니다.
겉으로 보면 비슷한 삶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방향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은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상 속에서 방향을 바꾸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따라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마음을 들어 올리는 일.
결과보다 의미를,
속도보다 방향을,
성취보다 관계를 바라보는 일.
예수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
이 말씀을 들으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우리는 종종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신앙은 혼자 버티는 삶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삶입니다.
하느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삶을 함께 살아가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의 삶은 특별한 장소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일상 속에서 드러납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바쁜 출근길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하루 속에서.
그 자리에서 우리는 선택하게 됩니다.
오늘도 아래를 향해 살 것인가,
아니면 위를 향해 살아갈 것인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하루일지라도
그 방향 하나가 삶의 깊이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복음은 조용히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나는 어디를 향해 살고 있는가.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말해 줍니다.
혼자가 아니라, 이미 함께 걸어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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